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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은 작더라구

사람들이 아는 호빗은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그 난장이들이다.
(사실 나는 반지의 제왕을 본 적이 없지만 하도 유명한 영화라 뭐 캐릭터 이름정도는 안다. 친구들이 어디가서 반지의 제왕 안봤다는 얘기 하지 말랬는데. -_-;;)

어쨌거나, 그 호빗이 실제로 존재했던 인류일 수도 있다는 다큐멘타리를 어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섬들의 나라 인도네시아에 보면 큰 도마뱀이 사는 코모도 섬 옆에 플로레스라는 섬이 있단다.  발리도 이름만 들어 아는데 코모도 옆의 섬이라 해도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겠냐 만은 머리 속에 나름의 인도네시아 지도를 그리면서 뭐 그쯤에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좀 더 수월한 듯 하다. 하여간 그 플로레스 섬에서 고고학자들이 한 유인원들의 유골을 발굴했는데, 성인유골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키가 1m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인이라고 한다.
학자들은 그들의 학명을 호모 플로레스 사피언스라 하였으나 간단하게 호빗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잠깐 유인원의 이동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호모 에렉투스, 즉 직립하는 최초의 유인원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다 인도네시아 섬까지 오게 된 것이 몇 만년 전. 그 당시에는 코모도 섬과 플로레스 섬이 붙어 있는 하나의 섬이었으며, 그들은 뗏목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지능이 있었기에 그런한 탈 것을 만들어 타고 거친 바다를 건너 코모도+플로레스 섬으로 집단 이주를 했던 것으로 보인단다. 그러니 호빗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닌 다음에야 호모 에렉투스와 어떻게든 엮이는 존재라는게 기본적인 방향이다.

자- 여기서 발굴학자들이 가졌을  다른 의문.
호빗은 돌연변이 혹은 장애를 가진 호모 에렉투스다?
아쉽게도 두개골의 구조와 여러 정황상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 입장이란다.
그들은 호모 에렉투스에 뒤지지 않는 지능을 가진 또 다른 유인원으로, 비옥하지 못한 '섬'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살다보니 환경에 맞추어서 호모 에렉투스의 몸집이 작게 진화하여 호빗이 됬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있는 가설이다. 한 예로 헤엄을 쳐서(혹은 머리를 굴려서)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포유류는 유인원과 코끼리 밖에 없는데, 같은 섬에서 발견된 코끼리도 타 지역의 코끼리와 달리 몸집이 아주 작은 형태로 발견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타 지역에서는 아주 작은 파충류(도마뱀) 혹은 설치류(쥐)같은 경우는 플로레스 섬에서 아주 비대한 몸집을 가진 동물인데, 이는 살아가는데 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동물은 상대적으로 몸집이 커지게 진화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환경의 변화가 후대의 유전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게 과연 가능할까 의문스럽지만(학생때 배운 용불용설 뭐 이런게 떠오르긴 하는데 그게 맞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는 생각나지 않는구만) 그게 만약에라도 가능하다면,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세대에 거쳐 꾸준히 받은 자극이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니. 흠...

어쨌거나 말이다, 그런 호빗 족이 존재했었다는 것도 재밌지만,
정작 그 다큐멘타리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너무나 영악해서 자연을 극복하고 다스리며 살아왔다고만 믿었던 인간이 자연조건에 따라 순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는 가설 자체가 현재까지의 보편적인 시선을 뒤엎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것이다.

무지한 나에게는 호빗의 존재여부가 당장의 신기한 흥미거리 혹은 호기심 정도에서 넘칠락 말락 하겠지만,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발견이고 그런 발견이 궁극적으로 나같은 범인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새록 재미있다.

특히나 하나의 실마리(유골)을 가지고 여러 가설을 세워 직접 체험(뗏목을 만들어 해협을 건너보는 고고학자들)을 해보기도 하고 또 여러 과학적인 기술의 도움을 얻어 뇌의 모형과 그들의 얼굴까지 만들어내는 학자들을 보면서, 직업의 귀천과 어려움을 1:1로 비교하는게 큰 의미가 있겠냐만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최소한의 근육움직임만으로 일을 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둔해보이면서도 진실되고 솔직한 직업(혹은 작업)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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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정말 우주 속의 먼지만도 못하게 좁다는.
그러나 나를 알면 그 먼지가 세상 그 자체가 될 수 있겠지.
하여간 흥미롭고 다양한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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