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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난 커피를 기다리며 멍하니 주문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 나..주인장 좀 만났으면 하는데..
직원: 왜 그러시는데요 할머니?

일반 가게도 아니고 맥도날드에서 주인장을 찾는 할머니가 흔하지 않는 일이긴 해서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예쁘장하게 차려입으신 할머니였다.

할머니: (비타 500 한 박스를 주문 테이블에 올려놓으시며) 내가 이 음료수를 선물받았는데, 지금...인천을 가야 되거든... 근데 너무 무거워서... 자네들 그냥 줄려구 그러는데. 아니면 버릴꺼 같아서..
직원: 아니에요. 괜찮아요 할머니.

점주인 듯한 여자가 괜찮다고 사양하고는 총총히 사라지고, 할머니는 주섬주섬 박스의 비닐봉지를 챙기셨다. 난 여기까지만 해도 할머니가 정말 그냥 지나가다 무거워서 그 음료수를 누군가에게 주고 가시려는 줄 알았다.

할머니: (그냥 혼잣말처럼) 이거 약국에서는 5000원하는 건데, 나 3000원만 빌려주면 안될까?
그 옆에 있던 알바생: (머뭇머뭇 말이 없다.).....
할머니: 아냐...난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뭐....아냐...

조용히 박스를 드시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순간 갑자기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하면서 할머니 제가 사드릴까요 하다가 말이 입 안에서만 계속 맴 돌았다. 할머니는 그러고 나가서는 옆에 우동집으로 다시 들어가셨다.

저기서도 주인장을 찾으면서 3000원을 어떻게든 구하실려고 하시겠지.

여기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1. 알뜰한 할머니- 차림새로 보아해서는 잘 사는 할머니 같은데 정말 무거워서 근데 그냥 어디다 버리기는 그러해서 싼 가격에 할인해서 누군가에게 팔고자 했다.
2. 가난한 할머니- 차림새는 그럴싸 하지만, 사실 돈이 없어서 어쩌다 선물로 들어온 박스를 가지고 나와 현금과 바꾸려고 했다.
3. 장사하는 할머니- 그냥 장사하시는 거다.

내 추측으로는 두 번째 인데,
원래 지하철에서 만나는 부랑자나 거지들에게 돈 한푼 주지 않는 나이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계속 가슴이 짠한게, 사드린다고 할 것을. 주변 가게들을 계속 돌아다니실 거라고 생각하니 맘이 편하지 않다.

설탕을 한 바가지 넣었는데도 2000원 짜리 커피가 좀 쓰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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