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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한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주말 저녁마다 사극 한 편씩 보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일단 제가 사극을 워낙 좋아하고, 그동안 봤던 사극 중에 아이가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면 꼭 같이 봐야지 했던 리스트가 있었거든요. 

그 사극들 중 첫 번째로 선정된 작품이 바로 '육룡이 나르샤' 입니다.

육룡이 나르샤 / SBS 드라마 / 50부작 / 2015.10.5~2016.3.22

육룡이 나르샤는 고려말 부패한 고려에 맞서 고려를 끝장내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일어선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린 사극입니다.

첫 방송년도가 2015년인데 5년이 지난 지금 봐도 분장이나 의상, 인물들의 연기 전혀 촌스럽지 않고 마치 요즘하는 방송인것 마냥 흥미진진하게 봤답니다.

작년부터 시작해서 지난 주 장장 50부작의 대장정을 마쳤으니 이를 정리하는 글을 써볼까 합니다.

육룡이 나르샤 라는 제목에서 의미하는 것처럼, 이 사극에서 젤 중요한 것은 이 여섯명의 인물들입니다.
이 여섯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고려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 조선이 세워지는 과정이 그려졌는데요. 그럼 누가 육룡에 해당할까요. 역사적인 인물도 있고, 드라마에서 만들어낸 인물도 있으니 참고해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첫번째 용 태조 이성계 (李成桂)

조선의 제1대 왕. 훗날 태조. 조선의 군사적 건국자. 이방원의 아버지.
고려의 북방 동북면(현 함경도)을 지키는 영웅호걸이었던 이성계. 
불패의 무장이며 백발백중의 신궁이고, 무엇보다 의리를 중시 여겼던 이성계는 자기 사람들을 끔찍하게 보살피고, 싸움에 있어서 뒤로 물러서 있는 법이 없이 항상 앞장서서 솔선수범하여 싸운 리더였습니다. 
이러한 성격 탓에 부하들뿐 아니라 많은 백성들이 그를 따랐고, 고려의 권력을 움켜쥔 권문세족들은 이런 이성계를 경계했습니다. 정치적인 야망과 능력은 없던 이성계는 훗날, 정도전을 만나 조선을 건국하여 제 1대왕이 됩니다.

 

두번째 용 정도전 (鄭道傳)

조선의 정치적 건국자이자 이성계의 머리. 이방원의 스승이자 이방원 최후의 정적.
한마디로 표현하면 조선의 설계자이자 최고의 뇌섹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도전 없이는 조선이란 나라가 존재할 수 없었지요. 조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도전이라는 시대의 걸출한 천재를 통해 계획되고 실행되었습니다.

고려말 신진사대부였던 정도전은 자신이 공부한 성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이상적인 국가를 세우길 원했고, 그 이상을 행동으로 옮겨 현실로 만들어낸 가히 한 세대에 있을까 말까한 인물이었답니다.

정도전을 단지 이성계의 책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정도전에 대한 그리고 조선이란 나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세번째 용 이방원 (李芳遠)

훗날의 조선 3대 왕 태종.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고려의 변방 무장세력인 이성계의 다섯번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똑똑합니다.
정도전을 처음 본날 '저 사람이 진짜 잔트가르(진짜사내)다' 라고 외쳤던 이방원은 그 후 정도전과 함께 아버지 이성계가 조선의 1대왕이 되는 것을 돕지만, 왕족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정도전의 정치철학에 실망하고 그 다음 왕이 되기 위해 본인만의 길을 가게 됩니다.

분이와 있을 때는 낭만적이나, 목표를 향해선 한치의 오차도 없는 냉혈한 인물. 이런 이중성을 어찌 미워만 할 수 있을까요. 애증의 인물입니다~~

 

네번째 용 이방지(李方地)

훗날 삼한제일검 이방지, 분이의 오빠이며 정도전의 호위무사.

어릴 적엔 자기 여자친구도 지키지 못한 힘없는 소년이었으나 커서는 삼한 제일검이 되는 땅새 이방지.
가난한 자작농의 아들로 여동생 분이, 홀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엄마가 사라지고, 엄마를 찾기 위해 분이와 함께 개경으로 향하며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여러 인생의 힘든 날을 보내고 결국엔 삼한제일검이 되어 정도전의 호위 무사로서 고려의 흥망과 조선 건국의 한 켠에 서게 되는 인물입니다. 아마도 이 인물은 야사에 존재하거나 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우 매력적이고 마음이 가는 인물입니다.

 

다섯번째 용 분이

이방지(땅새)의 여동생. 이방원의 여인. 무극의 딸.

이방지의 여동생이자 이방원의 여인이며, 무명의 수장 무극의 딸인 분이. 
누구보다 똑똑하고 심성이 바르며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의 분이는 훗날 조선 건국시 정도전, 이방원을 도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신들의 곡식을 빼앗아간 관청에 불을 지르고 나오는 분이를 보며 이방원이 낭만적이라며 완전 뿅 갔었는데, 그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이방원과는 계속 정인의 감정을 가지고 있게 되나, 서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었죠. 가까운 듯 먼 듯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돕고 사랑하는 사이로 남게 됩니다. 훗날 성균관 노비들이 모여살던 반촌의 수장인 행수가 되는 중요한 여인이지요. 이 역시 상상속의 인물이라 생각되나 충분히 존재 가능했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여섯번째 용 무휼 (無恤)

훗날 세종대왕의 호위 무사로 내금위장에 오르게 되는 조선 제일검 무휼.

처음엔 동네 바보형이었으나 집안을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니 이방원 호위무사가 되어 결국 조선 제일검까지 가게되는 무휼입니다.

처음엔 홍대용에게 사사받게 되고, 추후 이성계의 가별초에 들어가 여러 일을 겪으면서 점점 실력이 늘게 됩니다.
나중에는 세종의 호위무사가 되어 조선 제일검이 되는 무휼. 그의 성장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무휼은 실제 존재했던 무인의 이름이긴 하나 이름만 차용했을 뿐 이런 드라마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와우, 6명만 정리해도 이렇게 글이 길어지네요.

이 밖에도 매력적인 인물이 너무도 많았는데요, 특히 길태미, 길선미 쌍둥이 형제, 정몽주, 이방지의 평생연인 연희낭자, 무명의 수장 연향이, 무휼 할머니, 하륜, 홍사범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척사광 윤랑.

한명 한명 다 주옥같은 인물들 이었죠.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으로 이야기의 흩어짐 없이 인물 하나하나 매력을 살려가며 이야기를 끌고온 작가 및 제작진, 출연진 모두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산으로 가기 마련인데 육룡이 나르샤는 처음 호흡 그대로 쭉 가더라구요.

이렇게 한편 보고 나니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역사가 나름 정리가 되며, 아이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습니다.
매일 무휼 테마송을 들으며 내가 삼한 제일검이다! 내가 조선 제일검이다! 내가 척사광이다! 이러고는 있지만요 ^^

혹시 이 글 읽고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봐보시길 꼭 추천드립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PS 01- 요즘 연희낭자역을 맡았던 정유미 씨는 강타씨와의 열애인정으로 핫하시던데, 드라마에서 이방지와 못이룬 사랑 현실에서 강타씨와 이루시길~ ㅋㅋㅋ 맘으로 빌어보았답니다. 

PS 02 - 육룡이 나르샤의 뜻‘해동육룡이 나르샤 일마다 천복이시니’라는 용비어천가 1장에 나오는 구절 중 일부에서 가져온 말로 해동에 있는 여섯 마리의 용이 하늘로 날아올라 하는 일마다 하늘의 복이 따른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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