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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부터 차례상을 간단하게 차리기로 했다.
할 일도 없는데 어머님이 남편하고 나가서 놀다 오라고 하셔서 오랜만에 둘이 영화를 보고 왔다.
애들 두고 영화 보기가 쉬운 게 아니어서 맨날 영화 보면 전체관람가나 애니메이션 위주로 봤었는데 (참고로 애니메이션 진짜 싫어함) 이번에는 아이들 없이 보는 영화라 요즘 재밌다고 소문난 '남산의 부장들'을 보고 왔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대통령을 암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 김재규(영화 내 김규평) 역할로는 이병헌
- 박대통령 역할로는 이성민
- 전 중앙정보부장(영화 내 박용각) 역할에는 곽도원
- 경호실장 차지철(영화 내 곽상천) 역할에는 이희준 님
이 열연해 주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명불허전, 뭐라 보태서 말할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특히 이병헌의 연기는 와 진짜 최고... 이번에 김건모 사건과 연관돼 말이 많았는데도, 그런 거 하나도 생각 안 날 정도로 스크린에서의 그의 모습은 완벽했다.
줄거리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라 다들 짐작하는 것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소름끼쳤던 몇 장면들이 잊히지 않아 적어볼까 한다.
1. 김규평(이병헌)이 친구이자 전 중앙정보부장인 박용각(곽도원)을 양계장 분쇄기에 넣어 시체를 은닉하는 장면.
김규평이 박용각을 죽일 것은 아니었는데, 경호실장 곽상천이 치고 나오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박용각을 암살, 시체를 은닉한다. 근데 시체를 은닉하는 장면이...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장면임.. 옛날 킹스맨이었나...? 거기서 한 남자를 햄버거 패티 기계에 넣어 간 고기가 나오자 그 고기로 바로 패티를 만들어 햄버거를 먹던 그 장면이 생각나서... 속이 울렁거림 ㅜㅜ
2. 각하에 대한 충성으로 어쩔 수 없이 친구 박용각을 암살하고 대통령을 대면한 날, 대통령이 "그래서 내 돈은? 그놈이 있고 없고가 나랑 무슨 상관이야? 돈은 어딨어?"라고 얘기한 장면.
김규평은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대통령을 대면했는데, 결국 대통령의 관심은 돈이었음. 여기서 진심 소름 돋았다. 정치적 명분이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게 아니라 결국은 돈이었단 얘기....
3.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임자 옆엔 내가 있잖아.
결정하기 어렵거나 책임지기 싫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 하는 말,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임자 옆엔 내가 있다고. 일 해놓고 보고하면 누가 그렇게 하랬냐고..... 와 소름....
4. 마지막으로 경호실장 곽상천의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배우 이희준 님 이 영화에서 오랜만에 봤는데 벌크업 장난 아니었고, 그 특유의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희준 님이 캐릭터 연구를 정말 열심히 한 듯해서 감탄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대통령을 암살하고 참모총장이랑 남산가는 길, 왜 남산으로 안 가고 육군본부로 갔는지.. 그때 김규평의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결국 일은 다 해놓고 죽쒀서 개 주는 꼴이 된 결말이 아쉬웠네.
어렴풋이 알았던 근현대사의 한 부분을 이렇게 영화로 만나보니, 역사에 대한 해석은 관점의 차이일 수 있겠다... 주류의 생각이 역사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연휴 심심하신 분들은 영화관에서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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