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2002년 쯤? 사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2001년일 수도 있고 2003년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그 언더리 쯤, K군이 자기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이 그림 멋지지 않아?" 라고 물어봤었다.
누군가의 대답을 원했던 물음은 아니었지만, 그 그림을 본 나 또한 멋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뭔가 싸구려 같은데 그러면서도 매력을 내뿜는 그런 그림이었다.

** 이 그림이 누구의 그림인지도 모르고(사실 K군이 얘기해 준것 같긴 한데, 긴 외국 이름을 한번만 듣고 외우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라는 O형이다.) 시간은 흘러흘러, 좀 뜻밖의 화면에서 이 그림을 보게 되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라는 영화에서 감우성이 옥탑방으로 이사하고 나서 엄정화와 함께 이 그림을 침대 옆 벽에 걸었더랬다. 아-  저 그림, 그때 그 모니터에서 본 그 그림.

** 작년 어느 여행길에서 이 그림의 모작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옆에 붙어 사진을 찍었다.

이 그림을 그린 Jack Vettriano는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으로 평단에서는 이발소 그림, 싸구려 그림으로 푸대접을 받는 작가란다.
솔직하고, 꾸밈 없이, 보고 뭔가를 느끼게 만드는 그의 솜씨까지 이발소의 돼지그림으로 치기에는 너무 무례하다는 사실. 예술이 별거냐구. 보고 느껴지고 즐거우면 그러면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예술인 거겠지.

The Singing Butle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