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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콕만 하는 요 며칠이다.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해서 사진첩 돌려보다가 얼마 전에 다녀온 영월 여행 사진을 보았다.

평창에 갔다가 그냥 집에 오기 아쉬워 영월 '젊은 달 와이파크 미술관'에 가자고 나선 길이었는데, 미술관 가는 길에 큰 천이 나오더니 다리 하나가 보였다.

차 몇 대가 주차장에 있고, 주차장도 넉넉하길래 계획 없이 들린 곳이 바로 판운 마을 섶다리였다.

좀 돌아가야 했다면 지나쳤을 텐데, 가는 길 바로 옆에 큰 주차장이 있어서 고민할 것도 없이 차를 댔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모습. 이렇게 멋진 풍경인데 차를 안 세울 수 없었다.

 

판운 섶다리는 템포러리 브릿지

영월 판운리에 있는 섶다리는 통나무, 소나무가지, 진흙으로 놓인 임시다리를 말하는데, 강을 사이에 둔 마을 주민들의 왕래를 위해 매년 물이 줄어든 겨울 초입에 놓았다가 여름철 불어난 물에 의해 떠내려갈 때까지 사용된다고 한다.

판운리의 섶다리는 평창강을 사이에두고 밤뒤마을(밤나무가 많이 난다고 해서)과 건너편의 미다리 마을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섶다리로 내려가는 곳에 세워진 나무 입구.
저 다리 건너도 안전한가 싶어서 처음에는 좀 망설여졌다.

 


섶다리는 매년 추수를 마치고 10월 말경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4~5일에 걸쳐 만들었다가 다음해 5월 중순경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거두어들이게 되는데, 물에 강한 물푸레나무를 Y자형으로 거꾸로 막고, 그 위에 굵은 소나무와 참나무를 얹어 다리의 골격을 만든 후 솔가지로 상판을 덮고 그 위에 흙을 덮는다고 한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도끼와 끌로만 기둥과 들보를 만드는 정교한 작업으로 실제로 보니까 100% 자연물을 사용한 아름다운 모습에 쉽게 눈길이 거둬지지 않았다.

다리의 상판.

다리의 상판에는 고운 흙이 깔려 있었다. 밟는 느낌이 신선하고 좋았다. 이렇게 다리를 가까이서 보니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났다. 초록 침엽수에서 나는 향 또한 그 느낌에 한 몫했다. 한 겨울 눈 올 때 오면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다리에 올라서니 약간의 출렁임이 있었다. 마치 공중에 걸려있는 출렁다리 같았다. 아이들은 신나서 다리 위에서 팡팡 뛰고 어른들은 행여나 떨어질세라 중심잡는 모습이 재밌었다.

다리 건너서 보는 풍경.

판운 섶다리는 예술에 가깝다.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오직 나무와 흙으로만 이런 구조물을 만들다니!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다리 건너서 만나는 찻집.

다리를 건너니 개성있는 찻 집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섶다리의 사계를 촬영한 사진들도 야외에 전시 중이고, 잠시 쉴 수 있는 의자와 그네도 있어서 조용히 앉아 마을을 바라보기 좋았다.

근데 카페가 옛날 너와집 스타일이라 선뜻 들어서기가 좀 망설여졌다. 카페라기보다는 옛날 전통 찻집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다리를 바라보는 쪽에 넓은 통창을 내고 좀 더 깔끔한 스타일이었으면 사진 찍는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오지랖 넓은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들린 판운리 섶다리 마을.
보물을 발견한 것 마냥 그 곳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젊은 달 와이파크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 다리가 '젊은 달 와이파크 미술관'에 전시된 설치미술보다 더 훌륭했단 건 안 비밀.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매년 11월 쯤에 판운 섶다리 문화축제를 한다고 하니 기억해두었다가 그 쯤 방문하는 것도 좋은 생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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