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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미국의 산악인이자 작가인 존 크라카우어(Jon Krakauer)의 대표작, 야생 속으로 Into the Wild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요즘, 짬짬이 읽은 소중한 책인데요, 집에만 콕 박혀서 애들이랑 아웅다웅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1992년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한 청년, 크리스 맥캔들리스가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알래스카 야생 속으로 들어가 4개월 만에 변사체로 발견된 불운한 사건에 대해 존 크라카우어가 시간을 되짚어가며 쓴 기록입니다.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댜큐 혹은 사건르뽀 정도 될까요?

크리스 맥캔들리스는 어릴 때부터 총명했고 대학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그러나 그후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라는 부모님의 기대와는 반대로, 가족과의 연락을 끊고,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기부하거나 불태워 버린 후, 야생을 찾아 기약없는 여행을 떠납니다.

대부분 히치하이킹으로 움직였으며, 돈은 그때그때 파트타임 잡으로 벌며 야생에서 먹고 자고 했지요.
오고가며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크리스는 항상 동경하던 그 곳 알래스카로 가게 됩니다.

알래스카에 1992년 4월에 도착한 크리스는 아무도 없는 오지로 들어가 문명의 혜택을 거부한 채 자연에 의지해 그렇게 살다가 7월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야생 속에서 죽었습니다.

알래스카 야생에 버려진 버스에서 마지막을 맞이한 크리스.

그의 죽음은 지역 사회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많은 회자가 되었는데요,

어떤 사람들의 크리스의 용기와 그가 품었던 이상을 동경하고 칭송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의 오만하고 무지한 태도를 비난했다고 하네요.

저는요? 저는 그의 자연에 대한 동경과 현실 사회에 대한 비판,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의 어이없는 무모함에는 동의하기에는 이미 먼 길을 와버렸습니다. 저 또한 기성세대라는 거죠.
그래도 한 가지, 인류의 이런 어이없는 무모함이 쌓이고 쌓여 수많은 발전이 이루어졌고, 우리가 현재 이런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하필이면 왜 내 동생? 내 자식? 내 가족이냐... 이런 아이러니 인거죠.

이 책의 저자인 존 크라카우어는 크리스 맥캔들리스의 발취를 쫒으며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강한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도 젊을 적에는 그에 못지 않았으나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것이 그와 다를 뿐이라고 얘기하죠.

크리스도 실수가 없었다면 알래스카 야생에서 살아나와 현재 기성세대에 합류해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의 운명은 죽음이었고, 이렇게 책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와 실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발화점이 되었네요.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은,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해 깊은 호감과 사랑을 느끼며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을까요.

저는 아래 사진에 그 단서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사진은 저자 존 크라카우어의 인스타에 올라와 있는데, 그는 이 사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Twenty-six years ago on this date, Chris McCandless summoned the last of his energy to walk outside the bus where he lay dying, prop up his camera, and shoot this photo of himself holding a farewell note."

며칠 동안 굶주려 피골이 상접하고 자신은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크리스 맥캔들리스는 읽던 책의 한 페이지를 찢어 그 뒷편에 아래와 같은 인사와 함께 마지막 사진을 남겼습니다.

"I have had a happy life and thank the Load. Goodbye and may God bless all!"

크리스 맥캔들리스는 비록 젊음의 무모함을 가진 청년이었을지는 몰라도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던 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의 영혼이 새로운 안식처에서 편안하게 머물길 기도하며, 그가 남긴 다른 노트로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면서 끊임없이 변하는 지평선을 보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어요.
새로운 환경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싸워야 하는 유일한 대상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완고함이에요."
-크리스 맥캔들리스 Chris McCandless

 

저자 존 크라카우어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krakauernotwriting/

공식 웹사이트
http://www.jonkrakau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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