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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이 책 좀 읽어보라며 추천해 주었을 때, "강신주? 그 철학자 강신주?"라고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강신주 씨가 쓴 책이라고 하기엔 제목과 표지가 너무 부드러운데?라고도 생각했지요.
역시나... 이 책의 저자인 강신주 씨는 그 강신주 씨가 아닌 동명이인 강신주 씨였습니다.

처음엔 제목이 우울해 보여서 이거 너무 감상적이고 우울한 책 아닐까 우려했는데, (요즘엔 그런 책을 읽으면 제 기분도 같이 다운이 되어서 되도록이면 밝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머 왠걸...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었어요. 읽는 내내 책장이 줄어드는 게 어찌나 아쉽던지요.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어른이 아무런 가식과 꾸밈 없이 써 내려간 글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아픈 가족을 돌보고 계신 분.
- 나이 들어가는 것이 허무하신 분.
- 인생이 덧없다 생각하시는 분.
- 그냥 40대 이상은 다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저물어가는 생을 축복합니다' 의 줄거리

저자의 부모님이 저자를 만나러 미국에 오셨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며칠 전, 가족 나들이를 다녀오는 길에 아버지 강대건 님이 낙상을 당했습니다.
그 후, 81세의 이춘산과 87세의 강대건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3년 후, 아버지 강대건은 영면하셨다고 합니다. 
그 3년 동안 아버지 강대건을 직접 간호했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놓은 글입니다.


나의 소감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감사하다' 라는 말이었어요.
아버지의 용변을 치울 수 있게 아버지가 도와주셔서 감사했고, 어머니가 간병인들의 시급 계산을 꼼꼼히 맡아주셔서 감사했고, 짧은 시간이나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 감사했고, 우리 주변에 있는 작은 모든 것에 저자는 감사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유머를 잃지 않지요. 
이런 태도가 쉽지 않다는걸 모두가 압니다. 생각해보면 감사한 상황 투성이지만 부족한 점부터 얘기하고 불평불만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태도이겠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 강신주 씨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큰 감동을 받았고, 한 번 사는 삶을 이렇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하느님이 우리 어머니를 일찍 데리고 가셔서... 내가 받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을... 너를 통해서 받게 해주시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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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기저귀 갈 시간입니다." (중략) "샌드라, 금발이 멋있네요. 근데 풀어헤치니까 '미친 샌드라'같아요." (중략) 
이름을 바꿔 부르는 순간,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 된다. (중략) 그 무거운 정의로부터 모두 자유로워진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제임스와 샌드라를 도와주는 조금 덜 늙은 미치코가 된다.
우리는 가족을 벗어나 친구로 묶인다. 우정이 생겨난다.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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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똥의 온기를 손으로 느끼며, (중략)
"아버지, 오늘의 업적입니다!"
"아버지, 오늘은 왕건이가 나왔습니다!"
"아버지, 오늘은 셀프서비스 확실하네요. 닦을 게 없어요." (중략)
나의 손에 늠름하게 들린 자신의 똥을 보며,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던 아버지도 이제는 같이 웃으신다. 아버지는 더 이상 자신의 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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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큰 도움을 준 것은 의외로, 노인용 상품들의 사용 후기였다. (중략)
사용 후기들을 읽는 순간 가슴이 뛰는게 아닌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성인용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나는 병간호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공감의 공간을 발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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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이 지금 묵묵히 돌봄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묵묵히 돌봄을 받아들이고 잇는 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우리 모두가 덜 외롭기를.
문득문득 행복하기를.


공유하고 싶고 같이 얘기하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 많지만, 이 정도로 맺음 할까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이 울고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딱히 그럴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랬습니다.

지금 어디선가 외롭고 지쳐있을 누군가에게 소리없이 내밀고 싶은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https://coupa.ng/bpwh0R

 

[엘리]우리의 저물어가는 생을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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