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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의 전문가가 세상을 보는 시선은 일반인의 것과 다르다. 신선하다.
보일러가 우리나라 근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을 때,
온돌 때문에 일본에 뒤쳐졌다고 했을 때,
내가 느꼈던 신선함은 마치 밋밋한 날 그냥 물인 줄 알고 마셨는데 탄산수를 마신 느낌이랄까.
건축가인 유현준씨가 쓴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책은 목차부터 흥미진진하다.
책장을 넘길 수록 재미있는 건 말할 나위도 없고.
기억에 남는 부분을 정리해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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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책에서, 지혜는 자연에서.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학교 건축은 지혜를 배울 수 없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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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건물은 층고는 낮게, 천장은 높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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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공부밖에 할 게 없는 현재의 학교 시설은 교도소와 다를 바가 없다. 축구와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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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층고가 낮을 수 밖에수밖에 없는 미국 서부에서 창조적인 기업과 기업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층고가 낮으면 공간이 다양하고, 사람과 자연과의 대면점이 많아져서 창의력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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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mc가 한 명이었다. 요즘엔 여러명이 mc를 보는 프로그램이 대세인데 이것은 현대사회의 특징 중의 하나인 탈중심 현상이다.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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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피디이고 누가 작가인지 모르겠는 경계의 모호성 또한 현대사회 특징 중의 하나이다.(마리텔 같은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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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물인권이 강조되는 이유는 인공지능으로 인간이 더 이상 지구 상에서 지능으로 독보적인 존재에 있을 수 없게 되고, 점점 동물과 동등해져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동물의 존엄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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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는 가장 저렴하게 사적인 공간을 가지려는 노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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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적인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돈으로 공간을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제력에 따라 공간의 계급화가 생겨나고 있다. -> 부정적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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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 돈이 제일 없는 청소년은 편의점, 그다음엔 피시방, 대학생은 커피숍, 직장인은 집 대신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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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회계층이 자유롭게 섞여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무료 이용 공간(광장, 공원 등)이 더 많아져야 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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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 이유는 닫혀있는 공간에 변화를 주기 위함이고 이는 항상 변화하는 자연을 대신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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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문화로 단층만 가능하던 건축양식에서 보일러의 개발로 2층 양옥집이 가능하게 되었고, 고층건물로 진화함에 따라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살게 되어 도시생성이 가능, 근대화로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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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온돌문화가 없어 일찍부터 2층 건축이 이루어졌고,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어 개항, 근대화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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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기와가 곡선인 이유는 형태적인 아름다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가 오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이다. 물이 빨리 빠지고, 아래 나무기둥이 해를 받아 잘 마르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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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오는 동남아는 더욱 급격한 처마 기울기를 가지고 있고, 건조한 기후대의 집들은 평평한 지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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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기후대에서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유는 건조할수록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전염병의 발생률이 낮기 때문이다.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봤는데도 이 정도니 맘먹고 정리하자면 책 한 권을 고스란히 옮겨 적을 태세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읽는 내내 즐거웠던 책이다.
어쩌면 올해의 마지막 일수도 있는 독서를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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