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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저.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내가 천 년 전 왕 이름은 외워서 뭐할 것이며,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서 뭐 할 것인가.

투덜투덜 거리며 한국사 공부하던 그 시절.

다행히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나마 덜 했지만, 닥치고 외워야 하는 게 많았던 공부는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근데, 이 책에서는 제목 그대로 역사의 쓸모에 대해서 말한다.

역사와 실용성 이란 단어는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데, 역사를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일이 많노라 얘기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최태성 씨

 

역사는 어떻게 쓸모가 있을까?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해설에서 도움을 얻듯,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인물들의 선택과 그 결과가 담긴 역사에서 인생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역사를 삶의 안내서로 삼는다면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고 역사 앞에서 떳떳한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는 것이 이 책 '역사의 쓸모'에서 말하는 역사의 진짜 쓸모이다.

 

이 한 문단에서 최태성 작가의 진가를 발견했다.

과거에 공부했던 경험을 생각해 보면, 근현대사로 넘어오면서 외워야 되는 포인트가 너무 많아 한국사 공부하기가 힘들었었다.

개화기와 더불어 갑작스러운 변화가 밀려왔고, 그때마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 되나 헤매었는데, 이 책에 그 해답이 있었다.

이 책 '역사의 쓸모'에서는 근현대사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p. 223) 개항기에는 신분 해방을,
일제 강점기에는 조국 해방을,
현대에는 빈곤 해방을 위해 노력한 것이 우리의 근 현대사이다.

이것보다 간단하고 명료한 정의가 있을까? 이 큰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세세한 내용을 분류해서 넣으면 그만. 이런 데서 가르치는 자의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최태성 작가 스스로 얘기하길, 본인은 잘하는 게 하나도 없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잘 가르치는 재주는 있었다고. 그 말이 맞다 생각한다.

 

 

역사는 어디서 바라보는냐의 차이다.

우리가 흔히 이순신과 비교해 원균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비겁한 장군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원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공무원인 그의 본분에 충실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원균은 우리같은 보통 사람이었고, 이순신 장군은 시대를 앞선 걸출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역사는 누구의 관점으로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해석의 차이가 존재함을 알려주고, 다르게 생각하는 길을 얘기해주니, 꼭 승자의 역사가 전부가 아니고,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가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해상왕 장보고, 고구려왕 장수왕, 외교의 대가 서희, 대동법의 김육 등이 특히 기억에 남았고, 선덕여왕이 세운 황룡사 9층 목탑의 의미도 인상 깊었다.

 

 

 

비겁하지 않은 역사

일제강점기 때 외울 독립운동 단체와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공부하기 힘들다는 아이들의 투정에, 

그래서 얼마나 다행이니, 외워야 할 독립 운동사가 없다면 그건 비겁의 역사라고 얘기한 최태성 작가의 에피소드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여러 번 연임해서 대통령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시작인 자신이 그렇게 한다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됨을 우려해 한 번만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루스벨트(32대 대통령)가 4번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전까지 모든 대통령들은 헌법에서 정하지 않아도 한 번한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 났다고 한다.

그 선례를 만든 사람도 멋있고, 그 선례를 따라한 사람들도 멋지지 않은가?

이런 선례가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과 진심으로 지금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그 중 우리는 몇 개만을 기억한다. 기억되지 못하는 역사라 하더라도 이런 아무개의 역사가 큰 흐름을 만든다.

나도 역사를 만드는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내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쉽게 쓰였지만, 가벼운 책은 아니었다.

읽고 곱씹으며 생각하기에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역사의 쓸모 (큰글자도서)
국내도서
저자 : 최태성
출판 : 다산초당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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